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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본완역 소동파시집 5≫ 소식, 류종목 역주

  • 작성자김동민 이메일
  • 작성일2024-09-25 19:16
  • 조회68
  • [보도자료]
  • 2024-09-25

정본완역 소동파시집 5소식, 류종목 역주

 

 

정본완역 소동파시집5책은 왕문고 집주본 소식시집31부터 권 36까지 여섯 권에 수록되어 있는 시 349수를 번역하고 주해한 것이다.

 

 

31 古今體詩四十四首 고체시 및 근체시 44

 

1099. 次韻錢越州見記

월주지주 전씨가 부처 온 시에 차운하여

 

너무 강한 쇠뇌로 양 떼를 쏘지 말 일이니

대낮에 문을 닫고 누워서 다스린들 어떠리?

사또께서 병이 없어 때때로 손님을 보내시매

수레를 볼 수 있어 적이 기쁘네.

머리를 긁노라니 백발이 가을을 맞아 무수하고

눈을 감으니 단전의 기운이 밤에 절로 쌓이네.

파란을 맞게 하고 싶으면 떠나야 하리

우리가 어찌 말 많은 것으로 이렇게 되었으랴?

 

莫將牛弩射洋羣 막장우노사양군

臥治何妨晝掩門 와치하방주엄문

稍喜使君無疾病 초희사군무질병

時因送客見車轓 시인송객견거번

搔頭白髮秋無數 소두백발추무수

閉眼丹田夜自存 폐안단전야자존

欲息波瀾須引去 욕수파란수인거

吾儕豈獨座多言 오제기독좌다언

 

錢越州(전월주) : 월주지주인 전 씨. 당시 월주지주로 재임 중이었던 전협(錢勰)을 가리킨다.

見寄(견기) : 나에게 부치다.

牛弩(우노) : 소의 힘줄과 뿔로 만든 강력한 쇠뇌.

臥治(와치) : 무위지치(無爲之治)를 가리킨다.

使君(사군) : 태수에 대한 존칭. 월주태수 전협을 가리킨다.

車轓(거번) : 수레에 치는 바람막이.

丹田(단전) : 삼 단전, 즉 양미간에 있는 상단전, 심장 밑에 있는 중단전, 배꼽 밑에 있는 하단전을 통칭하는 말이지만 일반적으로는 하단전을 말한다. 여기서는 단전에 쌓이는 기운을 말한다.

引去(인거) : 떠나가다. 관직에서 떠나는 것을 가리킨다.

 

 

32 古今體詩六十二首 고체시 및 근체시 62

 

1152. 絶句 절구

 

봄이 오면 반짝이는 강가의 버들

가을 든 뒤 하늘대는 호숫가의 꽃

천금으로 가무 사는 것 안 부럽나니

한 편의 주옥이 나의 재산이라네

 

해설

이 시의 제목이 <서호를 읊은 절구(西湖絶句)>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다.

 

1166. 熙寧中, 軾通守此郡, 除夜, 直都廳, 囚繫皆滿, 日暮不得返舍, 困題一詩於壁, 今二十年矣, 衰病之餘, 復忝郡寄, 再經除夜, 庭事肅然, 三圄皆空, 蓋同僚之力, 非拙朽所致, 困和前篇, 呈公濟子侔二通守
희령(1068~1077) 연간에 나는 이 고을에서 통판을 지냈는데 제야에 도청에서 숙직을 했다. 감방마다 죄수가 가득하여 해가 저물어도 관사로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인데 이때 벽에다 시를 한 수 써 놓았는바 이제 20년이 되었다. 늙고 병든 뒤에 과분하게도 또 군수가 되어 다시 제야를 지내게 되었는데 공무가 별로 없고 감방 세 칸이 모두 비어 있었다. 아마도 동료들의 힘이지 서투르고 늙어 빠진 내가 이룬 상황이 아닐 것이다. 이로 인해 이전의 시에 화답하여 공제ㆍ자모 두 통판에게 준다.

 

 

前詩 이전 시

 

제야라 일찍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관아의 일이 이처럼 나를 붙잡네.

붓을 들고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나니

구속 중인 이 죄수들이 참 안쓰럽네.

어린 백성이 양식을 구하려고 한 것이라

법망에 떨어져도 부끄러운 줄 모르네.

나도 역시 박봉에 연연하여서

미적거리다 돌아가서 쉴 기회를 잃었네.

현명한 사람이든 어리석은 사람이든

모두 먹고살기 위해 꾀하는 것이라네.

누가 잠시 저들을 풀어 줄 수 있을까?

딱해서 말이 안 나오나니 옛날 현인께 부끄럽네.

 

해설

항주통판으로 재임 중이던 희령 4(1071) 제야(섣달 그믐날)에 지은 것이다. 생계유지를 위해 분투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생계형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갇히게 된 죄수들에게 오히려 연민의 정을 표하고, 위정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을 그런 지경에 빠지게 한 책임을 통감하며 부끄러워했다. 당시 소식은 신법을 강행하던 왕안석(王安石)으로 인해 조정에서 밀려나 있었던 만큼 이면에 신법 시행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의 칼날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今詩 지금 시

 

산천은 옛 모습을 안 바꾸지만

세월이야 흘러가지 어찌 머물리?

백 년도 고개 한 번 숙였다 드는 시간인데

오행이 서로 이겨 흥망이 교체하네.

동료들은 잠질과 범방에 비견될 정도라

덕망이나 업적이나 이전 사람이 부끄럽네.

마침내 늙고 둔한 이 태수로 하여금

휘파람 불며 결재하고 휴식을 좀 얻게 하네.

스무 해를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가고 머문 것이 꾀한 일이 아니었네.

이와 머리카락은 하느님께 맏길 일

빠지고 망가지면 고칠 수가 없다네.

 

 

33 古今體詩六十一首 고체시 및 근체시 61

 

1179. 법운사로 가는 소본선사를 전송하며

 

천지간에 육신을 맡기고 있노라면

출사하든 은거하든 힘든 일이 있기 마련

담담하여 아무것도 추구하는 게 없다면

백 년을 어떻게 잘 마칠 수 있으랴?

산림 속에 살아도 똑같이 걱정이 있고

초헌 타고 면류관 쓰는 것도 재미있는 놀이이리.

나도 아직 즉시 돌아가 쉴 수 없거늘

선사께서 어찌 벌써 편안할 수 있으리?

왕성에는 호걸들이 득실거리며

설왕설래 의론하여 옳고 그름을 다툴 텐데

신성한 진리 중의 으뜸가는 이치를

그대 얼굴을 보고도 모르는 사람이 누구리?

선사께서 오셔서 또 무슨 일을 해야 하리?

푸른 하늘에 걸려 있는 외로운 달이면 되리.

이 몸은 떠다니는 구름 같거늘

어떻게 남과 북을 한정할 수 있으랴?

구름은 본래 무심하게 동굴에서 나오는 것

비를 다 내리고 나면 돌아갈 수도 있을 터

샘 가에서 은거하자 한 옛날 약속이 있는데

어느 해에나 바리때와 석장을 걸리?

 

 

1194. 왕진경의 그림 뒤에 쓴 시

 

못생긴 바위가 반쯤 쭈그린 건 산 밑의 호랑이요

키큰 소나무가 쓰러져 누운 건 물속의 용이로구나.

그대의 시력이 얼마나 볼 수 있나 시험해 보게나.

구름 속의 몇 번째 봉우리까지 셀 수 있나?

 

 

34 古今體詩六十七首 고체시 및 근체시 67

 

1245. 노도조를 전송하며 지은 시와 그 서문
괴애공이 촉 지방에 있을 때 한 녹조참군이 늙고 병들어서 직무를 유기했다. 괴애공이 어째 귀향하지 않으시오?” 하고 그를 책망하자 이튿날 참군이 떠나기를 청하고는 곧 시로써 작별 인사를 했는데 대략 가을빛은 온통 벼슬살이하고픈 심정처럼 옅고, 산색은 귀향하려는 마음처럼 진하지 않다라는 말이었다. 공이 깜짝 놀라 사죄하여 말하기를 내가 잘못했소이다. 동료 중에 시인이 있었는데 내가 몰랐소이다라고 했다. 이로 인해 그를 만류하며 따뜻하게 위로했다. 나는 어릴 때 어르신들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그의 성명을 물어보지 않은 것이 한스럽다. 이제 도조인 노공이 작은 병으로 관직을 그만두려고 하므로 내가 이 시를 읊조리며 만류했으나 붙잡을 수 없었다. 이에 옛날 사람의 뜻을 취해 시를 지어서 그를 전송하고 아울러 조덕린과 진이상에게도 함께 한 편씩 짓기를 청한다.

 

쌓인 눈이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를 힘들게 하니

춘심이 있다 한들 누구를 위해 모양내리?

회하의 물빛에 산색이 빚어져 가는데

그대는 먼저 진한 귀향의 뜻을 세웠네.

나도 역시 돌아다니는 데 지친 사람이지만

임금님의 은혜로 몸이 매여 게으름을 피우네.

강직한 사람을 붙잡아 두어

내 만년의 일을 하고 쥐꼬리만큼 모았는데

힘들기는 납 공이로 절구질하는 것 같았네.

어떻게 이슬 같고 번개 같은 몸으로

앉아서 천 종을 모으기를 기다리리?

머리를 묶고 나서부터 공연히 백 번이나 싸워

사람들이 남 먼저 고관에 오를 것으로 보았네.

그 누가 흰머리를 긁을 때까지

관문이나 지키며 저녁 봉화를 바라볼 줄 알리?

그대의 마음이 참으로 정해졌으니

어떻게 더 이상 내 말을 따르리?

괴애 노인이 없는 것이 한스럽구나

답답한 가슴을 확 씻어 내 줄 텐데.

나도 형제 가에서 농사를 지을 거라

북제와 남제에 재물을 좀 바칠 수 있을 것이네.

그립구나 강남의 길

틀림없이 숲속에서 만날 날이 있겠지.

 

 

35 古今體詩五十首 고체시 및 근체시 50

 

35에는 용도각학사충회남동로병마검할지양주군주사(龍圖閣學士充淮南東路兵馬鈐轄知揚州軍州事)에 임명되어 영주를 떠나 양주로 부임해 가는 도중이던 원우 7(1092) 3월부터 용도각학사수병부상서차충남교노부사(龍圖閣學士守兵部尙書差充南郊鹵簿使)에 임명되어 도성으로 들어가는 도중이던 그해 9월까지의 시 50수가 수록되어 있다.

 

1259. 회하에서 아침에 출발하며

 

빛 잃은 달이 구름으로 기울고 새벽 뿔피리 구슬픈데

산들바람이 수면에 불어 푸른 하늘이 퍼져 나간다.

이내 인생 아무래도 강호에서 늙으려는 듯

속으로 세어 보니 회하 일대에 열 번 왔도다.

 

 

36 古今體詩六十五首 고체시 및 근체시 65

 

36에는 용도각학사수병부상서차충남교노부사(龍圖閣學士守兵部尙書差充南郊鹵簿使)에 임명되어 도성으로 들어간 원우 7(1092) 9월부터 단명전학사겸한림시독학사충하북서로안무사겸마보군도총관지정주군주사(端明殿學士兼翰林侍讀學士充河北西路安撫使兼馬步軍都摠管知定州軍州事)에 임명되어 예부상서(禮部尙書)에서 물러난 원우 8(1093) 8월까지의 시 65수가 수록되어 있다.

 

1301. 내가 소장하고 있는 구지석은 희대의 보물이다. 왕진경이 짤막한 시를 지어 주고는 빌려 가서 보려고 하는데 의도가 빼앗으려는 데에 있었다. 내가 감히 안 빌려줄 수는 없지만 이 시를 가지고 선수를 쳐 본다.

 

주포에서 온 해석은

빼어난 그 색깔이 야록 같은데

한 자 한 치 안에 험준한 봉우리가 솟아 있고

구릉과 산의 기슭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네.

굽이치고 가느다란 두 화산의 꼭대기에

텅텅 빈 삼모산의 산복이 있어

처음에는 구지산이 화한 건가 의아해했고

또 영주가 축소된 건가 싶기도 했네.

속정이 참 깊은 영남 사자가

이 양주자사에게 선물을 주었기에

이걸 받고 기뻐서 잠도 자지 못했으니

그대를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네.

고려에서 보내 준 대야에 담고

등주에서 난 옥을 그 밑에 깔았더니

희미한 빛이 오경이 되기 전에 비치고

서늘한 기운이 삼복더위를 눌렀네.

사는 것이 기숙 같은 이 늙은이는

은거할 초가집도 오랫동안 못 정했는데

나 혼자서 다행히도 가져올 수 있었기에

천 리 밖에서 언제나 서로 쫓아다니네.

풍류가 넘치는 귀공자께선

무당산 계곡으로 유배 갔으니

산을 보는 것이 이미 싫증 났을 터인데

무슨 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뺏으려 하나?

차라리 허락하여 진나라에 잘못을 떠넘기나니

돌려 가며 보는 것은 제발 허락하지 말고

샛길로 얼른 돌아가게 해야만 하네.

 

 

소식, 류종목 역주, 정본완역 소동파시집 5,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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