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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의 풍류, 물염의 철학≫ -화순 赤壁과 勿染亭, 옛 詩文으로 만나다

  • 작성자김동민 이메일
  • 작성일2024-08-03 13:47
  • 조회94
  • [보도자료]
  • 2024-08-03

적벽의 풍류, 물염의 철학-화순 赤壁勿染亭, 詩文으로 만나다

 

옛 시문으로 만나는 풍류의 절벽철학의 정자

 

중국의 적벽이라는 원형 공간에서 유래하여 이름 붙여진 화순 적벽(赤壁)’, 고려와 조선의 수많은 문사(文士)들의 넉넉한 감수성과 상상력 그리고 지적, 논리적, 미적 시심(詩心)을 표출케 하여 우리 문학사를 풍요롭게 살찌우고 고금의 독자들에게 향토에 대한 애정과 긍지를 불어넣어 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한편, ‘물염정(勿染亭)’은 우리나라 화순의 동복에 있는 원형 공간으로, 세상의 더러움에 물드는 것을 경계하라는, 나아가 사람의 본디 착한 성품을 잘 지키고 의리를 중시하여 간직하라는 선비정신이 서려 있는 곳이다.

이 책은 전남 화순에 위치한 적벽물염정에 관하여 역대 문사들이 남긴 시문(詩文)을 한데 모아 엮은 것으로, 풍류의 절벽’, ‘철학의 정자에 대한 당대 지식인들의 심미안, 인문정신, 그리고 인생관과 세계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목차

 

머리말

발간사

수많은 적벽과 물염의 탄생을 기대하며

 

1. 누정의 의미망

2. 적벽의 의미망

3. 적벽의 시 세계

4. 물염의 의미망

5. 물염정 시 세계

6. 만시와 수창시

7. 제문, 행장, 묘표

 

 

머리말

 

이 책은 제1부에서 누정의 일반적인 의미를 말한 뒤, 2부와 제3부에서는 먼저 이종묵 교수의 <적벽부를 누리는 땅>이라는 논문을 전재하여 적벽과 관련한 일반적 사항을 알게 하였으며, 이어 적벽과 관련한 여러 시문을 소개했다. 시문은 고려의 이색부터 근세의 조긍섭까지 120여 명의 시인들 작품을 시대순으로 선보였다.

그 가운데는 문학사에서 이름난 작가들이 거의 포함되어 있는데, 작품은 적벽을 제목이나 주제로 들고 있는 것부터 소재나 제재로 다루고 있는 것 등 다양하다. 여기에는 동복 적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다른 적벽과 관련한 작품도 함께 수록함으로써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본서의 제4부와 제5부에서는 나무송의 물염정 원운(原韻)을 필두로 그에 차운(次韻)한 김창협(金昌協)과 김창흡(金昌翕) 형제는 물론이고 김부륜(金富倫), 장유(張維), 권필(權韠), 정약용(丁若鏞), 송병선(宋秉璿), 황현(黃玹) 등 유망한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문을 50여 편 수록하여 물염정의 위상과 가치를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자 했다.

아울러 가까이 있으면서 소동파의 <적벽부> “협비선이오유(挾飛仙以遨遊, 하늘 나는 신선과 어울려 즐겁게 놀고)”와 관련 있는, 협선루(挾仙樓)에 대한 정홍명(鄭弘溟) 등 시문 여러 편을 소개하여 적벽, 물염정, 협선루를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6부는 나무송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만시(挽詩)와 강천사(剛泉寺) 시편 등 여러 수창시를 실었는데, 특히 나무송의 <봉정 택당 이식 백 운(奉呈澤堂李植百)><정 월사 이상공 정구(呈月沙李相公廷龜) 시편은 시상의 활달함과 호흡의 유려함, 전거의 자재로운 활용 등에서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7부는 나무송에 대한 제문, 행장, 묘표와 나무춘의 행장과 묘표 등을 소개하여 두 사람의 이해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끝으로 본서가 메마른 사람들의 가슴을 감성으로 촉촉이 적셔주고 많은 사람들에게 시심을 자극하는 동인이 되길 바란다.

 

 

발간사

수많은 적벽과 물염의 탄생을 기대하며

 

화순 물염정은 적벽이 바라뵈는 곳에 자리 잡은 사방이 툭 트인 정자이다. 정자는 일반적으로 누와 함께 짝을 이루어 누정이란 이름으로 문학인과 서화인에게 작품의 산실로서 매우 소중한 공간이다.

 

누정의 가장 큰 의의는 열린 창조적 공간이라는 점에 있다.

 

여기서 주목을 요하는 사실은 화순의 물염정은 그 자체가 제1공간이면서 창조적 공간이라는 점이다. 앞서 말한 동강조대처럼 중국의 누정을 제1공간으로 하지 않고, 송정순이라는 조선의 선비가 제1공간 창조의 주체자라는 사실이며, 이로부터 물염정을 방문하였거나 아니면 물염정 관련 시문을 읽었거나 앞으로 읽을 독자들에게 제2, 3, 4, 5의 물염정이라는 창작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생성 자원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1. 누정의 의미망

 

3) 남도와 누정

 

우리 남도는 누정의 고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니 누정은 전라도 천 년의 역사와 문화 역량을 축적하는 데 일정 역할을 하였음이 분명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이르기를 조선 중종(中宗) 시절, 전국의 누정은 800여 개로서 그중 400여 개가 영남과 호남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했다. 이 말은 누정 건립과 출입의 주체들을 고려할 때, 이들 지역은 선비 문화가 다른 지역보다도 앞서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거니와, 지금도 이들 곳곳에서 풍겨나는 유풍(儒風)의 향기는 어느 지역과 다름이 분명하다.

 

 

2. 적벽의 의미망 이종묵

 

1) 서언 - <적벽부>의 위력

 

중국문학 중에서 동아시아에서 고전의 지위를 획득하고 일상생활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들이 있다. 이러한 고전은 중국 일국이 아닌 동아시아 제국의 고전으로 대접받고 또 그렇게 연구되어야 한다. 도연명(陶淵明)<귀거래사(歸去來辭)>와 소동파(蘇東坡)<적벽부(赤壁賦)>가 그 단적인 예가 된다.

조선에서 <귀거래사>는 지식인 주거문화의 전형이 되었고, 구절구절을 이용하여 건물의 이름으로 삼아 삶의 지향을 표방하였다. 이에 비해 <적벽부>는 지식인 유흥문화의 모범이 되었다.

 

3) 동복의 적벽 : 협선루(挾仙樓)와 포월대(抱月臺)

 

전라도 동복의 적벽도 조선 중기부터 명성을 얻었다. 동복 적벽의 존재를 크게 알린 사람은 김부륜(金富倫, 1531~1598)과 김성일(金誠一, 1538~1593)이었다.

김부륜은 1585년 동복 현감으로 부임하였다. 향교를 증수하고 서적을 구입하여 학문을 진흥하는 목민관의 업무를 수행하던 중 협선루(挾仙樓)와 포월대(抱月臺)를 짓게 되었다. 협선루와 포월대는 동복 관아, 동복면사무소 인근에 있었다. <적벽부>나는 신선을 끼고 한가로이 노닐고 밝은달을 안고 길이 미치리라(挾飛仙以遨遊 抱明月而長終)”에서 이런 이름을 지은 것이다.

 

 

3. 적벽의 시 세계

 

2) 서거정(徐居正, 1420~1488, 본 달성, 호 사가정)

 

적벽도 赤壁圖

 

赤壁東風一餉間 적벽동풍일향간

英雄勝敗復堪嘆 영웅승패복감탄

江東人物周公瑾 강동인물주공근

天下兇姦老阿瞞 천하흉간노아만

炎鼎潛移顔已厚 염정잠이안이후

火船新窘膽應寒 화선신군담응한

蘇仙行樂唯堪想 소선행낙유감상

月小山高水激湍 월소산고수격단

 

잠깐 사이 적벽에 동풍이 불어와서

영웅의 승패가 다시 한탄스럽게 되었네

강동의 인물로는 주유가 제일이요

천하의 간흉으로는 늙은 조조가 있었네

뜨거운 솥 몰래 옮겨 낮은 이미 두꺼웠고

불타는 배에 군박하여 간담은 서늘했겠지

소동파의 행락만이 오직 상상할 만하여라

달은 작고 산은 높고 여울물은 급했으리

 

90) 이하곤(李夏坤, 1677~1724, 본 경주, 호 담헌)

 

동복현 同福縣

 

縣舍靑山擁 현사청산옹

村居古木幽 촌거고목유

臨江有赤壁 임강유적벽

勝地似黃州 승지사황주

踏雪還遊屐 답설환유극

吹簫欲泛舟 취소욕범주

湖南數名邑 호남수명읍

先向此中求 선향차중구

 

고을 사무소는 청산이 안고 있고

시골 마을에는 고목이 그윽하다

강 옆에는 적벽이 있으니

황주의 승경과 닮았도다

눈을 밟으며 다시 놀려 하는데

퉁소를 부니 배를 띄우고 싶어지네

호남에는 유명한 읍이 여럿 있나니

그중에서 이곳을 먼저 찾을지어다

 

 

4. 물염의 의미망

 

1) 물염의 의미

 

물염(勿染)물들지 말라’, 또는 물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들지 말라는 의미일 때는 논어(論語)의 제12 <안연>편에서 공자가 안연에게 비례물시(非禮勿視), 비례물청(非禮勿聽), 비례물언(非禮勿言), 비례물동(非禮勿動)”,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듣지 말고, 말하지 말고, 움직이지 말라는 데서 유래한다.

 

2) 물염정의 내력 물염정 보존회장 나영채(羅永埰)

 

조선 중엽 청백리(淸白吏)이자 효자이며 학자로서 충()과 효()의 학문으로 그 이름을 드높인 홍주송씨(洪州宋氏) 물염(勿染) 송정순(宋廷筍) 선생은 명종(明宗) 무오(戊午)에 급제하여 사헌부감찰(司憲府監察)과 시강원보덕(侍講院輔德)을 역임하고 을사사화(乙巳士禍)로 인해 우계(牛溪) 성혼. 율곡(栗谷) 이이, 사암(思菴) 박순, 송강(松江) 정철 등의 어진 이들이 무고를 입자 위험을 무릅쓰고 홀로 신원(伸冤)의 상소(上疏)를 올려 강력하게 변론한 곧은 선비였다.

선생은 승경(勝景)이 수려한 적벽의 언덕에 강정(江亭)을 조성하고 휴양하다가 십생구사(十生九死)한 나머지 후사(後嗣)가 없자 선조(宣祖) 신묘(辛卯, 1591) 10월 초10일 별급성문(別給成文)하여 복천(福川) 물염소(勿染所)의 강정과 주위에 있는 전답(田畓) 그리고 수직(守直)하는 종은 물론 몸종까지 외손자 금성나씨(錦城羅氏) 나무송(羅茂松), 무춘(茂春) 형제에게 물려주었다.

 

 

물염정서(勿染亭序) 하포 양여매 荷蒲 楊汝梅

 

물이 오염된 것은 맑은 물로 씻으면 되고, 정자가 오염된 것은 좋은 도구로 깍아내면 되지만 사람이 오염된 것은 맑은 물로도 씻어낼 수 없고, 좋은 도구로도 깍아낼 수 없으니 어찌할 것인가. 오직 덕으로 목욕할 뿐이니,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물들여도 검어지지 않는다라는 것은 바로 이것을 이른 것이다.

 

 

물염정기 勿染亭記 여암 신경준 旅庵 申景濬

 

물염정은 동복현 치소의 서쪽 20리에 있으니, 호남 명승지 중에 최고이다. 사방의 유람객들이 날마다 몰려드니, 정자는 옛 공주 지사 송정순 공이 건축하였다. 그 외손에게 전하여 나씨 소유가 되었고, 30곡들이 좋은 논을 두어서 정자를 수리하는 도구로 삼았다. 후손들에게 유언하기를 과거에 급제한 사람이 여기에 거처하되 급제자가 없으면 적손에게 돌려주라고 했다.

은 금지하는 말이요, ‘'은 세상의 더러움에 물드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그 물듦을 경계함에 마땅히 출세한 사람을 먼저 하게 한 것이다.

송공은 지극한 행실과 효우가 있었고 관리가 되어서는 청렴결백하였다.

 

 

5. 물염정 시 세계

 

5) 정약용(丁若鏞, 1762~1836, 본 나주, 호 다산)

 

유 적벽정자 물염정 재 동복현 遊赤壁亭子 勿染亭 在同福縣

 

歷歷秋沙細徑分 역력추사세경분

洞門靑翠欲生雲 동문청취욕생운

溪潭曉浸臙脂色 게담효침연지색

石壁晴搖錦繡文 석벽청요금수문

刺史燕遊誰得趣 자사연유수득취

野人耕釣自成群 야인경조자성군

獨嶙山水安孤僻 독린산수안고벽

不放名聲與世聞 불방명성여세문

 

해맑은 가을 모래 오솔길이 뻗었는데

동문의 푸른 산은 구름이 피어날 듯

새벽녘 시냇물엔 연짓빛이 잠기었고

깨끗한 돌벼랑은 비단 무늬 흔들린다

수령의 한가한 놀이 누가 흥취 즐기나

시골 사람 무리 지어 밭 갈고 낚시하네

사랑스럽다 고을 산수 외진 곳에 자리 잡아

명성 흘려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다오

 

雲溪屢屈柝 운계루굴탁

窈窕見孤亭 요조견고정

赤石流霞氣 적석류하기

靑村落鳥翎 청촌락조령

掛衣風檻敞 괘의품함창

繫纜水花馨 계람수화형

試看歸時路 시간귀로시

峯頭已數星봉두이수성

 

구름 시내 여러 번 꺽어진 끝에

아련히 외론 정자 눈에 들어와

붉은 돌 노을 기운 어리어 있고

푸른 숲엔 새들이 날아 내리네

옷을 건 바람 난간 훤히 트였고

뱃줄 맨 곳 물풀 꽃 향기 향기롭기만

돌아가는 길목에 눈 들어 보니

산봉우리 저 위에 별이 하나둘

 

60) 장유(張維, 1587~1638, 본 덕수, 호 계곡)

 

협선루 挾仙樓

 

客子來登縹緲樓 객자래등표묘루

滄州赤壁迥添愁 창주적벽형첨수

蘇仙一去無消息 소선일거무소식

明月靑風萬古秋 명월청풍만고추

 

나그네 되어 높은 누각에 올라보니

창주의 적벽이 아득한 생각 더해주네

소동파는 한번 간 뒤 소식이 없는데

밝은 달 맑은 바람은 만고토록 가을이네

 

 

최한선 옮겨엮음 적벽의 풍류, 물염의 철학, 태학사, 2020

 

최한선 : 어려서부터 서당에서 한학을 익혔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방송통신대학교 등 강사를 거쳐 동신대학교 교수, 한국시가문화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전남도립대학교에 재직하면서 동아인문학회장, 중국 절강대학교 객좌교수를 겸하고 있다. 시조와 가사 등 우리 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며, 계간지 오늘의 가사문학의 편집주간을 맡아 가사시 대중화를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고전시가와 호남시단의 이해(공저) 등 다수의 한국 고전시가 연구서가 있으며, 면앙정이여, 시심의 고향이여, 속세를 털어버린 식영정등 누정 시편과 관련한 여러 권의 한시 번역집, 우리말 임종 앞에서등의 시조집, 죽녹원 연가등의 가사시집, 그리고 송화강의 말씀을 듣다등 여러 권의 시집이 있다. 박용철문학상, 김현승문학상, 열린시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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