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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장 석

  • 작성자김용표 이메일
  • 작성일2024-07-08 08:17
  • 조회457
  • [보도자료]
  • 2024-07-08

여행 / 장 석

해변에서 조약돌 틈의 시간을 줍고

봄 언덕 쑥과 시금치 위로 내리는
금빛을 모읍니다

비행기표와 기차표와 배표를 사고
가슴에 지도를 그리고
속옷과 비누와
허공에 내던져도 좋을 책 한 권

집 밖을 나서
나와 이별하며
열쇠를 아무런 손도 오지 않을 곳에 감추고

그리고 멀리 그대에게 가는 것입니다
그대의 숲으로요
벌써 내 얼굴과 등짝은 푸르러집니다

새로운 별에 도착한 사람처럼

나는 선물 같은 시간이 매달려 있는
무인도의 해변 길 나무 아래를 걷습니다

이 마법의 순간을 재보려고
손목에 찬 시계를 보고
또 해와 나무 그림자의 시간을 봅니다

조약들을 들춰봅니다
그 아래 또 그 아래
지금도 일곱 개의 바다를 오가는 파도의
아주 오랜 조상들이 열었던 길

그 길은 
내가 오기 전 시간을 모았던
나의 해변과 조약돌 아래 구멍과 통하고

오 센티미터 아래
가슴 안에 둔 잠긴 심장도 보이는 듯합니다

나는 멀리 와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기차와 배를 타고
시차가 많은 새 별에 와 있습니다

제 마음 안으로 가는 것처럼
멀리 왔습니다
바람에 풀 한 포기 이쪽에서 저쪽으로
흔들리는 것처럼

내가 그대를 생각하고
그리움을 보내듯 그렇게 멀리요



장 석 시집 <<사랑은 이제 막 태어난 것이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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